영재고 입시에는 전국의 인재를 골고루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한과영을 제외한 모든 학교가 지역인재 우선선발제도 (줄여서 지역우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우발은 굉장히 큰 메리트임에도 이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영재고에 지원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자세하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영재고 입시는 1단계 서류전형 -> 2단계 지필평가 -> 3단계 면접 (캠프) 총 3단계로 이뤄집니다. 1단계를 통과해야지 2단계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고, 2단계에서 정원의 약 1.5배수의 학생들을 뽑아서 3단계 전형에 응시할 자격을 부여합니다.
3단계는 면접이라서 객관적인 평가가 힘들기 때문에, 2단계 전형의 성적으로 당락이 거의 결정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즉,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원이 120명인 학교라면, 우리는 2단계 지필평가에서 120등 안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역우발제도 때문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지금부터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설명드릴 거예요.
*영재고의 정원은 학교마다 75~120명으로 차이가 있지만, 편의상 120명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지역우발제도는 2단계 전형 성적만으로 합격이 결정됩니다.
*한과영은 지역우발제도가 없습니다.
❝240등도 지역우발 덕분에 영재고에 합격할 수 있다.
지역우발은 각 지역에 할당된 인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강원도에 2명이 할당되었다고 해볼게요.
- 강원도 응시자 중에 2등 안에 들고,
- 전체 응시자 중에 2배수 (240등) 안에 들면,
지역우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3단계 면접 없이 합격이 가능합니다.
특정 지역 응시자 중에 2등이 어렵지 않을까?
어떤 지역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매해 뛰어난 친구가 그 지역에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보통 내가 속해 있는 지역에 영재고마다 1~2명씩 지역우발을 할당해 줍니다. 전체 8개의 영재고를 생각해 보면 8등까지도 지역우발이 가능하다는 거죠.
전체 응시자 중에 2배수 안에 드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영재고에서 보통 1/3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지역인재전형이 아니고 합격하려면 80등 안에 들어야 합니다. 지역인재 전형을 노리면 240등 안에 들면 되는데, 그냥 붙으려면 80등 안에 들어야 한다면 어느 학교를 노리실 건가요?


❝특정 지역은 영재고 입시에 굉장히 유리하다.
영재고에 유리한 지역
광주 >> 세종 > 대구 >> 그 외
학군지 비학군지 차이가 큰 지역
대전, 인천, 서울
광주 (광주 영재고)
광주는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지역입니다. 광주영재고는 광주지역에서 45명을 뽑는 전형이 따로 있습니다. 정원 90명 중에 절반을 광주지역에서 뽑는다는 말이죠. 광주광역시 인구가 140만인데 45명을 뽑습니다. 같은 인구수를 가진 대전 지역은 15명만 뽑는데 말이죠.
대구 (대구 영재고)
대구는 대구지역에서 24명을 뽑습니다. 광주 다음으로 많은 인원입니다. 대구 인구가 240만이라 대전과 인구대비 모집인원수는 비슷합니다.
다만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대구는 광역시 중에서도 수성구라는 학군지에 교육인프라가 집중되어 있고, 수성구는 굉장히 압도적인 비율로 의대를 선호합니다. 체감상 대치동보다도 더 극단적인 지역이라고 느껴질 정도... 수성구는 다른 지역에 의대 열풍이 불기 전부터도 그냥 의대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잘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의대로 빠져주고 난 다음에 24명을 뽑는 거라고 생각하면, 24명은 굉장히 큰 숫자입니다.
세종 (세종 영재고)
세종시는 인구 35만 명에 10명을 할당합니다. 비율로만 보면 광주영재고랑 비슷하네요. 세종 살면 무조건 세종영재고 지원.... 세종시가 인구대비 학생 인구가 많고, 최근 우선선발을 1.5배수만 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만, 실제로 작년 기록을 보니 세종시에서 영재고 합격한 21명 중 20명이 세종영재고 합격생이네요.
세종영재고는 정원이 75명인데, 지역우발로 45명을 뽑네요. 다른 지역에서 붙으려면 30명 안에 들어야 한다는 건데..
대전 (대전 영재고)
대전영재고는 대전 지역에 15명을 배정합니다. 5개의 자치구에서 2명씩 뽑고 자치구를 가리지 않고 5명을 뽑는다고 합니다. 대전도 학군지가 뚜렷하게 형성된 곳이다 보니, 학군지에는 7명이 배정된다는 얘기네요.
문제는.. 대전 지역은 대구랑 반대로 체감상 영, 과고 인기가 높습니다. 부모님의 직업 중에 연구원 비중이 높아서 그렇지 않나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확실히 똑똑한 친구들이 영재고를 먼저 선호하는 느낌입니다. 학군지에 7명 배정된 숫자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즉, 똑똑함에도 지역우발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비학군지에서는 대전영재고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또, 서울 지역에서 영재고를 선택할 때 가깝다는 이유로 대전 영재고 선호도가 높으니 참고해 주세요.
대전영재고는 학생 선발을 굉장히 투명하게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예전의 출제방식도 정말 대놓고 수학, 과학 문제풀이 실력을 평가했고, 최근에도 2학년들도 실력이 있으면 합격하기도 하고, 3학년들도 붙을 친구들이 붙는 느낌입니다.
인천 (인천 영재고)
인천 지역에서 20명을 배정하는데, 2년 전까지만 해도 자치구와 상관없이 20명을 배정해 줬기 때문에 굉장히 유리한 지역에 속했습니다. 그런데 10개의 자치구에 대해 2명씩 배정하면서, 학군지에서는 오히려 굉장히 불리해졌고, 비학군지 친구들은 꽤 유리합니다.
서울 (서울 영재고)
서울지역에서 50명을 뽑는데 25개의 자치구에 대해서 각 2명씩 할당합니다. 대치동이 속해있는 강남구도 2명, 비학군지에 속하는 관악구도 2명입니다. 대치동에 있는 친구들 중에 우발되는 친구들은 이미 중학교 때 고등 KMO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비학군지나 지방의 각 시, 도에는 2명씩 할당되는데, 여기서 뽑히는 학생과, 일반전형으로 뽑힌 학생들 간의 실력차이가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클 수 있습니다. 합격도 중요하지만 가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죠.
경기영재고
경기 영재고는 지역별로 1명씩 할당하기 때문에 체감혜택이 크지 않습니다. 또 지역우발을 제외하고 뽑는 인원이 가장 많아서, 실력 있는 친구들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 경기영재고는 본인이 우선선발이 되었는지 모르게 선발하기 때문에 (3차 전형을 의무로 봐야 함), 체감상 지역우발 혜택이 가장 적은 학교입니다.
한과영
지역우발제도가 없습니다. 부산지역비율이 높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학교에서는 특정 지역에 대한 선호도를 부정하고 있고, 제가 봐도 부산 지역에서 많이 지원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대학 입결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다.

*위 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집한 자료로 어느 정도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 합격생 숫자로만 비교하면 안 되는 게, 영재고별로 정원이 다릅니다. 정원대비 합격률을 괄호 안에 표시했습니다.
- 서울영재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의 서울대 합격률은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합니다.
- 한과영의 경우 카이스트 선호도가 높아서 서울대를 적게 보냅니다.
- 대전은 23년도에 유독 적게 등록했는데, 합격을 적게 한 건지 다른 곳으로 빠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합격 후에 서울, 경기가 아무래도 다른 영재고에 비해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다만 그 부담에 비해 메리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광주영재고는 광주에서 절반을 뽑는다는 이유로 무시당한 지 꽤 되었는데, 대학 입결 보면 이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학교별로 특색이 존재하기는 한다.
학교별로 분위기나 특색이 존재하긴 합니다. 우리가 어디서 듣고 추측하는 거랑은 전혀 다르고, 실제 분위기는 다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나마 다녀보지 않고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나무위키입니다. 각 학교 이름을 검색하면, 재학생들이 생생한(?) 얘기들을 많이 적어놨습니다. 공부하다 머리 식힐 때 보는 거 추천드립니다. 재학생들이 유튜브 촬영해서 올려놓은 것들 보는 것도 괜찮고요.
❝이 외에도 고려할 사항
경기영재고의 소프트웨어 전형, 한과영의 장영실 전형 등의 변수들이 있습니다. 선발 인원이 너무 적어서... 내가 수학, 과학에 자신 있다면 저라면 안 쓸 거 같습니다. 반대로 나는 수학, 과학 시험으로는 자신이 없지만 특화된 무언가가 있다 싶을 때 지원하는 전형입니다.
❝결론
어느 학교를 더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어느 학교가 더 유리할까 관점에서 먼저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지역인재 전형을 노리면 240등 안에 들면 되는데, 그냥 붙으려면 80등 안에 들어야 한다면 어느 학교를 노리실 건가요?
올해 영재고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 다들 공부하느라 바쁠 텐데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입시에 대해서 분석해 주면 시간을 좀 절약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작성해 봤습니다.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조재학 대표 소개
- 도 경시대회 1등
- 과학고 2등 졸업
- 포스텍 전자전기 + 수학 복수 전공
- 포스텍 전액 장학금 + 삼성 장학금
- 서울대 전기정보 박사과정 (AI 연구)
- 프라이빗노트 대표
지방에서 공부하면서 정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런 시행착오들을 극복하고 나서 돌이켜보니, 내가 왜 그렇게 바보같이 공부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내가 알려주면 다른 아이들은 나처럼 고생하지 않고도 잘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저는 공부를 일찍 시작했고, 타고난 승부욕 때문에 시행착오를 그렇게 겪고도 원하는 목표를 대부분 이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으면 좌절하거나 포기합니다. 충분한 재능이 있음에도요. 반대로, 시행착오를 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게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들은 날개 달린 듯 성장합니다. 아이들 또는 학부모님들이 그 성장에 깜짝 놀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프라이빗노트 네이버 카페] [입시칼럼] 영재고 지역인재 우선선발제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떤 영재고에 지원해야 할까?)
'최상위권이 되기 위한 공부법 > 영재고 입시 준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시칼럼] 영재고는 2학년 때 지원해보는 게 좋을까? (0) | 2025.04.03 |
---|---|
영대비 학생용 체크리스트 (학생용, 프린트용) (0) | 2022.10.30 |
[영재고 입시 준비] 어떤 영재고에 지원해야할까? (0) | 2022.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