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이걸 반대로 하기 때문에 자녀와의 관계가 어려워집니다.
요구: 어떤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 → 칭찬, 감탄, 인정
통제: 어떤 행동을 안 했으면 좋겠다 → 지적, 혼내기, 화내기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요구는 긍정으로, 통제는 분리해서.
예시 1) 아이가 책을 읽었으면 좋겠을 때
(X)
“책을 읽어야 똑똑해지지. 책 읽기로 약속했는데 왜 안 읽어?”
“약속 안 지켜?”
“왜 책 안 읽고 딴 거 하고 있어?”
“책 제대로 읽었어?”
(O)
“와, 책 읽고 있으니까 왜 이렇게 멋있어 보이냐.”
“혼자서 책 읽는 거야? 대단한데?”
여기서 까다로운 점은,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순간을 포착해야 칭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준을 많이 낮추셔야 합니다.
내 기준에 한참 못 미쳐도, 한 페이지라도 읽고 있으면 일단 칭찬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한 페이지 → 열 페이지 → 한 권
이렇게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한 권은 다 읽어야 칭찬해줘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칭찬할 기회는 계속 사라지고 결국 부모는 기다리다 화가 납니다.
많은 경우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칭찬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강화가 시작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예시 2) 밥 먹을 때 핸드폰 보느라 밥을 안 먹을 때
(X)
“핸드폰 보지 말고 밥 먹는 데 집중해.”
(O)
“식탁 앞에서는 핸드폰 보지 마.”
이 상황은
통제: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
요구: 밥을 잘 먹었으면 좋겠다
가 섞여 있는 경우입니다.
문제는 부모가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할 때 생깁니다.
아이는 속으로 이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핸드폰 보면서도 밥 잘 먹을 수 있는데?”
“왜 내가 원하는 건 못 하게 하면서,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것만 하라고 하지?”
그래서 통제와 요구를 한 번에 묶으면 불만이 커집니다.
식탁에서 핸드폰을 못 보게 하면, 처음에는 아이가 빨리 핸드폰 하러 가고 싶어서 밥을 대충 먹고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핸드폰 없이 밥 먹는 시간이 반복되면, 아이는 점점 자연스럽게 식사 자체에 적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보기 싫다고,
“너 핸드폰 하러 가려고 밥 대충 먹는 거지?”
“밥 다 먹고 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원래는 핸드폰 금지라는 하나의 통제만 하면 됐던 상황이
갑자기 식사량, 태도, 의도까지 다 싸움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핵심 원칙
통제와 요구는 절대 한 번에 하면 안 됩니다.
이것만 기억해도 아이 키우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통제는 통제만 하셔야 합니다.
요구는 요구대로, 나중에 따로 강화하셔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 “컴퓨터 끄고 공부해”
이 말이 대표적으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 한 문장 안에
통제: 컴퓨터를 끈다
요구: 공부를 한다
가 동시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컴퓨터를 끄라고 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통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불만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바로
“이제 공부해”
까지 붙는 순간, 아이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껴집니다.
“컴퓨터도 못 하게 해놓고, 이제 엄마 아빠가 원하는 공부까지 하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즉,
통제 자체보다 ‘통제 뒤에 바로 부모의 요구가 따라오는 구조’가 더 큰 반발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분리해야 합니다.
컴퓨터 사용을 멈추게 하는 건 통제
이후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는 순간을 잡아 칭찬, 감탄, 인정하는 건 요구의 강화
이 두 개를 한 번에 밀어붙이면 갈등이 커지고,
분리하면 훨씬 부드럽고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어릴적 제 이야기
저는 어릴 때 컴퓨터하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컴퓨터는 원칙적으로 통제되어 있었습니다.
즉, 허락 없이는 할 수 없었죠.
허락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부를 일정 분량 이상해서 가져가는 일이었습니다.
컴퓨터를 어느 정도 하다보면 아빠가 끄라고 눈치를 주시는데, 그러면 끄고 바로 방에 들어가서 공부를 합니다.
그래야 또 컴퓨터를 하러 갈 수 있거든요. 공부는 컴퓨터를 하기 위한 수단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거실에서 컴퓨터하는 저에게 컴퓨터 끄고 방에 들어가라는 얘기는 많이 하셨지만,
방에 들어가서 공부해라는 말은 거의 한 적이 없으셨습니다.
만약 저한테 컴퓨터 끄고 들어가서 공부해라고 했으면 공부 안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제가 아빠가 원하는 방향의 무언가를 하면 (운동, 바둑, 기타 등) 엄청 칭찬하고, 감탄하고, 자랑하고 해주셨습니다.
어쩔 땐 한 없이 자상하고, 또 어쩔 땐 한 없이 엄격하셨어서 그게 분명 불편하거나 답답할 때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나서보니,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로 빠지지 않고, 해야 하는 일들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통제와 요구를 같이 했으면, 정말 금방 삐뚫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알고 그러신건진 모르겠지만 기가막히게 통제할 땐 통제만, 요구할 땐 칭찬/감탄/자랑을 아낌없이 해주셨습니다.
자녀 키우는 걸 게임에 비유하자면
자녀를 키우는 일은
게임 캐릭터를 원하는 목표 지점까지 데려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캐릭터를 직접 조종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주변 환경을 잘 만들어서, 아이가 스스로 그 방향으로 가게 돕는 것뿐입니다.
다른 방향으로 못 가게 하는 것 → 통제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것 → 칭찬, 감탄, 인정
많은 부모님들이 여기서 실수합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만들기 위해 지적하고, 혼내고, 화를 냅니다.
그런데 사실 그것은 아이를 그 방향으로 보내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방향으로 가기 싫게 만드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마무리
저는 이 원칙이 가정의 평화에 정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행동은 칭찬과 감탄으로 강화하고
막아야 할 행동은 그 행동만 따로 통제하고
통제와 요구를 절대 한 번에 섞지 않는 것
이것만 지켜도
부모도 덜 지치고, 아이도 덜 억울하고, 관계는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사실 그래서 가장 좋은 건, 진짜 해야하는 일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길 바래봅니다.
[출처] [칼럼] 왜 부모의 요구는 아이를 움직이지 못할까 (프라이빗노트 - KMO/과학고/영재고/물리올림피아드/입시준비) | 작성자 프라이빗노트 조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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